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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트레비분수는 삼거리분수가 아니다.

노련한 찹쌀떡 2020. 8. 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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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ana di Trevi / 트레비분수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트레비분수(Fontana di Trevi)에 누구나 한 번쯤은 동전을 던진다. 

첫번째 동전은 로마로 다시 오게 만든다고 하고, 두번째 동전은 사랑이 이뤄진다고 하고, 세번째 동전은 이별을 하게 된다고 해서 

보통은 한 두개 정도의 동전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던진다. 

그래서 일년에 이 분수에서 얻어지는 수입이 수억이라나, 수십억이라나.

물론 수익이 로마시로 편입되는 건 아니고, 바티칸에서 좋은데에다 쓴다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던지면 된다. 

 

전적으로 내 생각에는 '개 뻥'인 것 같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진짜 여행객이 된 것 만 같아서 즐겁긴 하다. 

 

트레비분수 앞에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걸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주 한산하고, 쾌적한 환경이라고 한다. 언제쯤 또 갈 수 있을까. 

직접 앞에서 보면 높이 26미터 가로 49미터의 아주 웅장하고, 실제로 포세이돈이 나타나는 것만 같은 역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이탈리아 말로는 Fontana di Trevi 폰타나 디 트레비, 우리 말로는 트레비 분수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트레비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기도 한다.(나만 그런가...)

보통은 현지에서 사람들이 혹은 가이드나 해설사들이 설명할 때는,

이탈리아어로 Tre = 3, vi = 길 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삼거리 분수고, 그 길은 사람들이 다니는 도보나 차도가 아니라, 

물길이 세 갈래라고 이야기 하면서 트레비 분수의 영롱한 물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진짜 트레비로 지하로 들어오는 물길이 세 갈래 일까? 너무 궁금해서 비밀의 문을 통해 트레비분수 지하로 내려가 봤다. 

 

들어가는 위치는 여기.

 

 

 

그랬는데, 안에는 물 담는 고대 물탱크만 있고, 아래 세 갈래의 길은 없었다!!!???!!

 

그래서! 설명을 읽어보니 이야기인즉슨,

 

고대 로마시대부터 로마는 물을 빼내고(하수도) 공급하는(상수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아피아 가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아피우스가 옛 아피아 수도도 만들기 시작하면서 로마에는 물이 공급하는 시스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로를 땅에 묻기도 하고, 위로 수로교를 만들기도 하면서 긴건 100키로가 넘는 것도 있고, 짧은건 20키로짜리도 있었다. 

그렇게 대략 공식적으로 11개의 수로교가 만들어졌고, 로마인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물이 들어오면 끝이 아니라, 나가기도 해야한다. 특히 물을 정수해서 쓰던 로마인들은 더러운 물은 버려야 했다. 

(넘나 당연한 이치. 먹으면 똥을 싸듯이)

 

게다가, 지금 우리가 지도에서 보고 있는, 트레비분수 구역은 

고대 로마시기에 네로가 만든 지역으로, 아그리파가 만든 아쿠아 비르고(Aqua Virgo, Aqua Virgine)라는 수로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수로가 고대시기에는 이 지역에 물을 공급했다.

그러니 이 지역 사람들도 물을 버릴 공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버려지는 물로 만든 것이 바로 Fontana, 폰타나 바로 분수 였던 것이다. 

 

 

Marcus Vipsanius Agrippa. 아그리파. 출처 : 위키피디아

 

그래서 트레비 분수의 원 명칭은 8세기까지 la Fonte dell'Aqua virgine 아쿠아 비르고의 분수였다. 

(사실 fonte 는 큰 저장소라는 단어에 가깝다. 그러니까 번역하면 아쿠아 비르고의 큰 물통...??? 정도?)

즉 아쿠아 비르고 수로의 분수라고 고대 사람들을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로마에는 분수가 엄청나게 많고, 그 분수는 결국 물이 지나가는 길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분수를 만드는 데에도 기준이 있었는데, 주로 메인 도로의 교차점에 주요 분수(물 버리는 곳)을 만들었다. 

 

트레비 분수같은 경우에는

Campus Martius, 캄푸스 마르티우스, 쉽게 판테온 지역과 porta salaria 포르타 살라리아 쪽을 연결하는 길과

Vicus Caprarius, 비쿠스 카프라리우스, 지금의 트레비분수 구역과 퀴리날레 궁을 연결하는 길의 교차점에 있었다. 

 

그래서 길의 교차점이라는 단어인 Trivium( 사실은 세 길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선 단순 교차점이라고 쓰였음) 트리비움 이라는 단어에서 따와, di trejo 라고 변형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변형의 변형을 거쳐 지금은 di trevi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 갈래 길은 어디도 없었고, 단순히 교차점에 생긴 분수기 때문에 그렇게 불러왔다. 

그렇지만 로마에 크고 작은 분수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알 수 있었고, 로마인에게 물이란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기에 인프라로 남았나 싶다. 그리고 그 옛날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도 신기하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여행이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나중에 다시 여행을 하게 되고 이탈리아를 가게 된다면, 

트레비 분수에 동전도 던지고, 그 지하로도 내려가 고대 물탱크도 한 번 살펴 보시기를! 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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