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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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을 먹고 있는데 동료가 그랬다.
"믿음은 참 어려운데, 바티칸은 참 믿기 쉽게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이 말이 무엇인가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는 바티칸을 믿음의 공간으로 이해한 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그 곳을 설명하면서 느낀 바티칸은 박물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간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고, 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보통 본인의 경험으로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나, 어떤 상황에 공감한다.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말로 설명해서 상상하게 하는 것 보다도, 시각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와 영화에 울고 웃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현란한 효과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공감과 이해를 위한 방법으로는 이미지라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니, 상업적으로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마케팅)을 위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알고 있다는 말은 우리가 그 전에 보았던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험한 적이 없더라도, 너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상상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석기시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단 한번도 상상해본적 없는 물건이지만, 20세기 사람들은 한번쯤 과학상상화에 그려봤던 내용인 것처럼 말이다.
바티칸을 예로 들면 46톤의 청동으로 만든 베르니니의 발다키노는 경험한 적이 없지만,
발다키노가 무엇인지 알고 청동이 어떤 재질인지 아는 사람들에게 베드로 대성당의 발다키노는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엄청난 그리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의 것들은 사람들을 납득하게 혹은 동요되게 만든다.
바티칸이 그렇다는 거다.
아주 쉽게 그림으로, 조각으로, 건축으로 풀어내어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면, 천장과 바닥의 문양이 1:1 비율로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있다.
나는 여태까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로 이해해서 천장은 이데아를, 바닥은 현실을 상징하고
그것이 신성의 공간인 성당 내부에 위치하고 있기에 인간이 중심되는 르네상스의 정수가 아닐까 생각해왔다. (꿈보다 해몽?)
그러나 이 동료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 <주기도문>
그렇기에 천국으로 상징되는 천장과 바닥의 모습이 같에 만들어졌고,
그것을 성당에 들어온 신자들에게 이미지로 아주 쉽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바티칸이 아주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신이라는 절대적인 것에 대한 믿음도 어렵다. 그렇기에 바티칸도 믿음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
그 진실된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의문점이 없는 것이 진정한 믿음일까?
우리는 이성이 있는 고결한 인간이기에 원시적으로 숭배하는 것을 믿음이라 하고 싶지 않다.
믿음이라는 것은 납득에서 온다.
가장 작은 요소인 개인적으로는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그 사람의 말투, 행동, 눈빛으로 우리가 납득하고 있는 것이다. 저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내 편이 되었다는 것을.
종교적으로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내 앞에 펼쳐지는 것들이 순리가 있고, 원칙이 있으며,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납득했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 있는 그러한 순리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절대적인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펼쳤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부족하며, 천성이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납득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동물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 말하면, 내치지 말자. 믿음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P.S. 이 글이 맘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쓰는 연습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