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0. 19:39ㆍPensiero in Pensiero/이슈
"눈에 보이지 않는 롤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직활동을 하면서 커리어 전환을 위해 한 코딩부트캠프를 알게 됐다.
아카데미로도 괜찮아 보였지만, 사실 직장으로 더 탐이 났다. (aka. CodeStates)
그래서 열심히 이 회사를 구글링 했는데, 구글링 도중 멋진 문구를 써놓은 걸 보게 됐다.
그 문구는 헤드 문장과도 같았고, 아주 최소단위의 긍정적인 고객경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롤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
어릴 적에는 로비스트는 여자만 있는 줄 알았다. 로비스트는 린다김과 제시카 차스테인만 있는 줄 알았으니까.
중요한 뉴스는 전부 남자들만 전하는 줄 알았고, 전투기 조종사는 남자만 하는 줄 알았다.
배를 만드는 기술은 남자들만 공유하는 줄 알았고, 유치원 선생님들은 여자만 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히든 피겨스가 나온 이후에야, 나사에서도 여자 수학자가 있다는 걸 알았다.
학원에서 미공군 전투기 조종사 수강생을 만나고 나서야 여자도 전투기를 모는 걸 알았다.
이렇듯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됐고, 그래서 여성개발자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그 생각이 참 인상깊었다.
최근에 참 이상한 뉴스를 보게 됐다. (아래 링크참조)
"국회에 소풍 왔냐" 등 원피스 복장 비판에 대해 류호정 의원이 밝힌 입장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ww.huffingtonpost.kr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본의회에 시원해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는 뉴스였다.
우선 이런 것도 뉴스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유치하고 치사하다.
마치 회사에서 누가 치마를 새빨간색을 입었다더라, 신입사원 구두굽이 7센티미터더라 같은 류의 뒷담화 뉴스였다.
(조금 어이없는 부분 인정? 쌉인정)
물론 국회는 아주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것, 알고 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법제화 해야하는 그룹에서 왜 그렇게 보수적이고, 진부하며, 뒤쳐지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무리 보수적인 분위기를 백분 감안하고서 본다 하더라도, 이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
이전에 유시민 전 의원이 소위 빽바지를 입고 의원선서에 나선 일이 있었다. 무려 17년전 이야기다. 그 때도 정장이 아닌 이 복장으로 논란이 되었고, 의원선서는 미뤄져 결국 정장차림으로 진행되었다.
그 때는 논란이 없었다고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똑같이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지만, 류호정 의원에게는 성차별적 반응이 더해지고 있다. 더불어 기자들이 하는 질문이 논란이 된 국회의원의 정책이나 의제가 아니라, 전부 원피스 뿐이라는 것이 실망스럽다.
이런 모습을 통해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여성은 같이 일하는 동료로 혹은 국회의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몇 수준 떨어지는 민주당원과 넷상에서만 강해지는 유저들이 입증했다. 류호정의원에게 가해지는 글들이 차마 여기다 적기에도 낯부끄럽고, 저질이다. 만약 나이 많은 5선 이상의 남성 국회의원이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 나왔다면 그런 말을 했을까.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이 정도의 개인적이고 성차별적인 언사가 나오지 않을거다.
그리고 이 시덥지도 않은 사건은 대학 시절 한 선배와 주고 받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디베이트는 격해진 상태였고, 선배는 결국 물었다. 어떤 상태여야 성평등이 온거라 생각하냐고.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국회에 여성의원 300명이 앉아있어도, 장관이 모두 여성이여도, 우리나라 모든 기업총수 중 98%가 여성이어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을 때, 그 때 성평등이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선배한테는 참 인상적이었나보더라.
몇 년이 지난 어느날, 그 이야기를 인별그램에 적어넣으면서 지금의 나처럼 회상하던 걸 보니.
조심스럽게 생각하건데, 국회에 여성의원이 300명이였다면 아마 원피스 정도로는 논란이 될 수 없었을 거다.
원피스가 편하다 안편하다를 떠나서, 이미 일하기 좋은, 일하기 편한 복장들을 선보였을 거고, 그건 성별에 구애받지 않았을 거니까.
그래서 우리에겐 300명의 여성의원이 필요하다.
P.S. 요즘은 대부분의 서비스업은 댓글로 평가받는다. 악플보단 무플이 나을 때도 있다. 어쨌든 악플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내가 쓰는 글이 악플인줄 (or 성희롱인줄) 모른다면, 지능을 의심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