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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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볼로냐] 라자냐 맛집에서 정을 느끼다.
이탈리아 하면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낯선 여행자에게 사실 이탈리아는 환대의 나라다. 물론 관광객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장기여행자(?)나 다름 없었던 나에게는 사람들의 정이 가득한 나라다. 포지타노에 가면 엄마 안젤라, 아빠 암브로죠, 나의 아저씨 뻬뻬가 있고, 폼페이에는 나의 친구 히로미, 살바토레, 소피아, 엘리아, 프란체, 알폰소가 있고, 나폴리(정확하게는 카스텔아마레)에는 내 최고의 친구,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 없는, il migliore amico, 토니가 있다. 로마에는 내사랑 사만다, 이모 알렉산드라, 초식동물 마르게리따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들은 함께 일하면서 친구로 만났기에, 그래서 친밀감이 바탕이 되어 정을 나눴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참 신..
2020.08.27 -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분수는 삼거리분수가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트레비분수(Fontana di Trevi)에 누구나 한 번쯤은 동전을 던진다. 첫번째 동전은 로마로 다시 오게 만든다고 하고, 두번째 동전은 사랑이 이뤄진다고 하고, 세번째 동전은 이별을 하게 된다고 해서 보통은 한 두개 정도의 동전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던진다. 그래서 일년에 이 분수에서 얻어지는 수입이 수억이라나, 수십억이라나. 물론 수익이 로마시로 편입되는 건 아니고, 바티칸에서 좋은데에다 쓴다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던지면 된다. 전적으로 내 생각에는 '개 뻥'인 것 같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진짜 여행객이 된 것 만 같아서 즐겁긴 하다. 트레비분수 앞에 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걸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주 한산하고, 쾌적한 환경이라고 한다. ..
2020.08.19 -
박물관에는 왜 두상조각이 많은가.
바티칸 박물관의 끼아라몬티 박물관(museo chiaramonti)에 가보면, 참으로 의미 없이 두상만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많다. 왜 사람들은 자기 얼굴을 만드는 데 이렇게도 집착했을까.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셀카 혹은 영어로는 selfie, 셀피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서 ‘나’를 남기려고 한다. 어떤 욕망이 그렇게도 얼굴을 남기는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말인가. 심지어 그렇게 남긴 ‘나’의 얼굴이 꽤나 괜찮아 보이면 그 모습을 전시하고 사랑하게 된다. 나르시즘의 완전체가 아닐까. 그렇지만 애초에 왜 우리는 나의 모습을 남기는 것일까. 인간은 언제나 기억되기를 원한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것이 인생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목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2019.08.28 -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
어느 순간 입 밖으로 꺼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냥 라디오처럼 쏟아내는 말이지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그 순간,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찌르르 전율이 온다. 사람은 인생의 변곡점을 여러번 갖는다. 그리고 그 변곡점을 찍는 연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책, 예술, 여행. 즉 말하자면, 경험이다. 그것이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발전한다. 퇴보라고 생각해도 그 안에 발전이 존재한다.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면, 한 쪽 구석에 베르니니라고 하는 바로크 시대 조각가가 만든 알렉산데르 7세의 무덤이 있다. 알렉산데르 7세의 무덤에는 한 중간에 해골 하나가 모래시계를 들고 나오면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시각각 다가온다고 이야기..
201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