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모습

2020. 3. 20. 06:49Pensiero in Pensiero/일상

반응형

 

 

 

The Metropolitan Opera 전경, 출처 : MET 페이스북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n Opera)에서 모든 공연을 취소하면서 온라인으로 모든 공연을 무료로 공개했다. 

그래서 매일 한국시간 11시 30분부터 20시간동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방구석 오페라가 가능해졌다. 

일주일 간의 무료체험 기간을 통해 지금 가장 좋아하는 마농 레스코를 듣고 있는데, 화질도 참 깨끗하고, 언젠가 MET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 집에 머물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최후의 통첩을 날렸음에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가는 추세다. 

유럽과 미국 역시도 각 국경의 폐쇄하고, 이 사태를 어떻게 타파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우리나라는 초동대처도 이후의 프로세싱도 투명하고 조직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소위 국뽕(?)이 차오르는 나날들이다.

 

 

이탈리아의 상황이 심각함에도 사실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그 심각성을(?) 쉽게 알기 어려웠다. 

물론 이탈리아 총리가 "Siamo in guerra e stiamo combattendo." (우리는 전쟁 중이고,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라고 말하기 전에, 나는 이미 이 대유행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고 이야기 해왔지만 전쟁을 겪어 본 적 없는 세대는 그러한 상황이 무엇인지 어스름풋하게만 알 뿐, 정확하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보였던 전시상황의 모습들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전쟁영화를 보면, 비참하고 극적이며 불행하다. 그것이 전쟁이라는 것의 실제 얼굴일테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전쟁영화를 보면, 왠지 그렇게 비참하게만 그리지는 않는다. 물론 영화 속에서 그리는 모습이나 전쟁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우리는 삶의 터전이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고, 유럽은 유럽 전체 땅에서 전쟁을 하는 것일테니, 당연히 다르겠지만, 이번 코로나19사태를 보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시간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

프랑스는 그러거나 말거나 산책을 나온다.

미국은 사재기를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총을 산다. 

독일은 이탈리아처럼 노래를 부르자, 주민규율을 읽으라고 소리를 지른다.

 

 

어쩜 이렇게도 다른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모두가 전쟁터에 나와있는 군인이다. 

최전방에서 날아오는 포탄과 총알에 고군분투 하는 사람들마냥 마스크와 방호복을 입고 사투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뒤에서는 내가 가진 물자를 서로 나눠썼듯, 얼마 없는 것을 나누는 시민들의 감동적인 장면이 있고, 집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나오는 정책마다 비관하는 자들이 있다. 

 

이 바이러스는 정말 전쟁마냥 사람을 비관적이며 불행하고 우울하게 만들며 사람들 간의 관계의 고리를 전부다 끊어버린다는 속성이 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개인의 어두운 단면을 일부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한다. 고립된 공간에만 있으면 그러한 감정들은 더욱 더 커진다. 

 

 

반면에 이탈리아는 저녁노을이 질 때쯤부터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전시상황에도 나와서 테라스에서 춤을 추고 노을을 감상하고 노래를 부르며, 나의 악기를 가지고 나온다. 

 

 

 

영화 La vita e bella, 인생을 아름다워 스틸컷. 출처 : 구글

 

 

이 장면은 마치 인생은 아름다워의 모습과도 같았다. 아들에게 탱크가 걸린 놀이라고 감옥생활을 설명하는 아버지, 목숨을 걸고 아내에게 방송실에서 노래를 틀어주던 남편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인류사의 최악이라고 손꼽히는 유대인 학살, 그런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살아남은 아이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다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탈리아 영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전시상황이라고 이야기하는 지금, 테라스에서 노래르 부르고 춤을 추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로 이어진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이렇게나 다르다. 

어떤 모습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다, 다르다는 거다.

우리는 우리대로 여타 다른 나라보다 투명하고 신속하게 대처하여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되고 있다.

이게 한국인의 면모라면 이탈리아는 특유의 긍정성으로 이겨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대유행 현상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반목과 증오를 버리고,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