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7. 23:22ㆍPensiero in Pensiero/일상

이전 블로깅에서 말했듯이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빼놓지 않고 보아왔다.
이토록 참 필에 관심을 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들의 생계를 누군가를 돕는데 끊임 없이 쏟아 붓는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 기획하는 사람, 지휘자, 연주자들, 성악가들, 그리고 그 뒤에서 모든 지원과 서포트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어느 누구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 심지어는 관객마저도 그런 연주를 잘 듣기위해서 노력한다.
그런데 참 필은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가장 큰 이유는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이 시간을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쓰면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걸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 숭고한 시간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가장 귀한 선물이 있다면 단연코 시간일테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눈다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참 필이 하는 공연이 하나하나 너무도 소중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즐겁다는 것이 느껴지는 공연을 한다. 그게 나의 마음을 항상 사로잡았다. 공연이 너무나도 솔직하다. 지휘자가 곡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동감하고 있으면 그것이 절절하게 다가오고, 연주자들이 즐겁다면 그것이 음악으로 나타난다. 그저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전율이 온몸으로 찌르르 흐르는 그 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한 주의 스트레스를, 그리고 다음 주에 받게 될 인생의 쓴 맛을 버텨낼 수 있게 된다.
내게 그런 힘을 가져다 주는 것이 바로 참 필하모닉의 공연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제 4회 정기연주회였던 The Queen Symphony 더 퀸 심포니는 정말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매초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면서 나의 최애 일본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가 떠오르게 했다.

엉망진창인 오케스트라에 치아키라고 하는 남부러울 것 없는 지휘자가 나타나면서 모든 사람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고 진짜 즐거운 음악을 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오케스트라계의 언더독신화를 다룬 드라마인데, 보면 매 화 감동이다....(당연히 드라마니까...)
그런데 이들의 공연의 특징은 정말 즐겁게 음악을 한다는 거다. 누구나 즐겁게, 듣는이도 즐겁게. 지난 금요일의 참 필하모닉의 공연도 그랬다. 바이올린의 선율에서도, 클라리넷도, 첼로도 모두 다 너무 짜릿하고 즐거워 보였고, 팀파니는 악기가 무려 행복해보이기까지 했다.
어땠길래 그러냐면!
그 현장의 느낌, 참 필하모닉 인스타에 있는 맛보기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참 필 영상을 조금 편집)
한 번 다들 느껴봤으면... 클알못도 알 수 있다. 엄청났다는 것을.
이 날의 공연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로 시작했고, 김선정 메조소프라노가 서문을 열었다. 분명 내가 유튜브에서 미리 봤던건 한국어가 아니었는데, 한국어로 들으니 더 절절했다. 내내 들으면서 최근의 뉴스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많은 청년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세상을 떴다. 관심을 받은 사람도 있고, 외면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음악의 힘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매번 슬픔의 노래를 들어보면 항상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고 뒤에 이어지는 퀸 심포니의 1부의 Adagio misterioso,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퀸 심포니 하고도 잘 어울려서, 시작부터 너무 좋았다.
나는 원래도 la volonte du peuple 같은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지, 퀸 심포니의 첫 곡이 너무 좋았다. 이런 장송곡이라면 정말 죽기 싫겠다 내지는 이런 장송곡이라면 듣다가 다시 깨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합창이 어우러지니 웅장함도 더했고, 팀파니 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싶을 정도로 황홀했고,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노래는 내가 퀸의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I was born to love you 모티브로 만들어져서, 정말 그 부분이 연주되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더해져서 나에게 가장 큰 짜릿함을 안겨준 곡이었다. 아마도 그곳이 락밴드 공연장이었다면 티셔츠를 벗어던지며 환호했을지도...

그리고 이어지는 2부는 첼로 솔로로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솔로였다. 현악기 중에서 아름다운 선율은 바이올린 담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첼로가 감미롭고 매혹적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솔로, 한 개의 악기가 내는 음악인데 모든 관중을 집중시키는 느낌이었고, 그리고 이어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솔로도 내가 왜 바이올린 선율을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3부, 4부도 말할 것 없이 너무 좋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서사가 사람들을 연주에 몰입하게 만든 듯하다.
만약 롯데콘서트홀이 아니라 어디 길거리에서 했더라도, 아니 시궁창에서 공연을 했다고 해도 이 공연 만큼은 자리를 지키면서 봤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앞뒤로 노력했을 모든 200명 가량의 연주자들과 성악가들, 관계자들, 스태프들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공연이 끝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는 전석 티켓수익금이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초대권이 없는 연주회다. 그래서 서포터즈들에게 제공되었던 모든 티켓은 망고렌탈의 후원을 통해 제공되었다. 내가 받았던 티켓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멋진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준 모든 분들께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러나 만약, 내가 직접 구매를 했다고 하더라도 지불한 돈보다 더한 가치를 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 공연 직전에 참 필하모닉 인스타에 올라온 수없이 많은 영상과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하고 다녔다. 앞으로도 참 필하모닉은 그런 공연을 또 만들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클래식은 어렵고, 클래식은 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이 어렵지 않다는 것, 즐겁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환점을 참 필하모닉이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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