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8. 01:21ㆍPensiero in Pensiero/일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초겨울이 왔다. 그래서 국물을 찾아 떠났다.
물론 순대국밥과 감자탕도 너무 좋지만, 그건 조금 더 추워야 하기 때문에 오늘의 메뉴는 굴라쉬!
그런데 문제는 집근처에는 굴라쉬 파는데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진짜 어떻게 지도를 막 찍어보다보니까 굴라쉬가 메인 메뉴로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그 곳이 바로 묘한식탁!!!! 어떻게 그렇게 첫 만남부터 묘할 수 있을까.
그냥 가려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 예약을 하려고 봤더니, 이미 다음주 예약부터 해야하더라... 그러나 굴하지 않고 전화를 했는데, 아니 글쎄 전화기에서 친절이 철철 흘러넘쳤다. 서비스업을 해보면 안다. 그런 친절은 진짜진짜 너무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든 예약을 잡아주려는 그런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너무 감동스러웠다.
얌전한 반려동물 함께 된다고 해서.. 우리 막내동생도 데리고 가고 싶어졌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영업하신다는데, 이해가 되면서도 월화가 안되는 것이 너무 통탄스러웠다.
이렇게 예약전화에 감동먹고, 음식을 맛보았는데 정말 찐이다.
정말 한 숟갈 뜰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리액션이 찐탱으로 나오는 곳이었다.
정말 음식사진따위 찍지 않지만 리뷰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찍었다. 가지요리인데, 나랑 동행 모두 가지를 좋아하고, 가지는 어떻게 해도 맛있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거의 없다. 근데 이 가지는 진짜 애피타이저로 완벽했다. 치즈 + 강남콩 + 가지 + 소스라니. 완벽한 조합...
깻잎크림파스타... 나는 참고로 한국식의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보통 파스타는 돈아깝다고 생각하는데... 포크질을 할 때마다 올라오는 이 깻잎향은 정말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뒤에 나올 굴라쉬와의 조합이 정말 미쳤었는데, 심지어 양도 많아서 행복했다. 난 이태리에서도 파스타 세그릇씩 먹던 사람이라, 한국 파스타 애기 주먹만큼 주는거에 질렸었는데 계속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굴라쉬....!!!!
아... 사진 좀 더 잘 찍어볼걸.. 너무 아쉽다. 굴라쉬를 내 인생에 처음 만난 건 헝가리였다. 헝가리를 갔던 이유는 온천과 굴라쉬였는데 사실 굴라쉬는 맛이 너무 없었고, 오히려 헝가리에서 먹었던 KFC와 코울슬로만 기억에 남았었다.
그런데 오늘 묘한 식탁에서 나만의 헝가리를 만났다. 진짜 부다페스트에서 먹은 굴라쉬보다 한 만배 맛있었고 한 입 떠서 입에 넣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쫌만 더 추위에 떨다 올 걸!!!
진짜 그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토마토 소스 베이스라서 사실 속도 엄청 편하고 맛은 닭도리탕 맛 갈비찜에 가깝고, 너무 친숙하면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굴라쉬였다. 그래서 오늘은 왠지 날도 춥고 부다페스트를 다녀온 느낌이었달까.
음식으로 여행과 계절과 행복을 만끽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심지어 내부도 너무 아기자기하고 깨끗해서 좋았다. 보통 소품이 많으면 먼지가 많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었고. 가게 들어가자마자 주시는 따뜻한 물, 굴라쉬는 더우니까 찬물로 채워주시는 센스도 진짜 보통 노련함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아주 잘 설계된 고객만족 서비스를 느낀 느낌이랄까. 이탈리아에서나 느낄 법한 그런 바이브도 있었다. 사실 요즘 식당은 손님하고 너무 말을 섞고 싶어하거나, 너무 말을 안 섞고 싶어하거나 둘 중 하나고, 사실 손님 입장에선 후자가 편하기는 하다. 그만큼 접객하기가 진짜 힘든데, 묘한식탁 사장님은 어찌나 그렇게 친근하던지.
후기를 잘 안쓰기도 하고 블로그에도 맛집리뷰를 안했던 나지만 여기는 리뷰도, 후기도 다 적었다. 그만큼 너무 좋았다. 조금 우려되는 점은 내가 느낀 친절함과 편안함과 겁나짱맛인 맛을 다른 사람은 못 느낄 수도 있다. 왜냐면 사람의 느낌은 상호작용이니까. 나는 뭘 먹든, 보든 내가 좋은 건 솔직하게 다 표현하고 그런 칭찬이 사람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나는 사람이 조금 더 다정하게 사람을 대한다고 해서 손해보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어디서든 조금 더 다정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이 종종 또다른 다정함으로 다가온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 새끼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더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의 후기를 보고 엄청난 접객에 기대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 기대가 채워질 수 있을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는 너무 좋았지만 이렇게 적으면 묘한식탁에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굴라쉬는 진짜 정말 너무 맛있고, 가지요리는 이 세상의 맛이 아니니, 추운 날이 많아지는 요즘 모두 다 묘한식탁의 맛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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