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 19:38ㆍPensiero in Pensiero/여행
이탈리아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
사실, 처음엔 그냥 의무적으로 들었다. 공부해야하니까?
중학생 때 오솔레미오, o sole mio를 불러야 하니까 들었던 것처럼
그런데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탈리아 노래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포지타노를 가는 길에, 아말피 해안도로에서 항상 토니라고 하는 친구가 똑같은 이태리 노래들을 틀어줬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오솔레미오, 그리고 문제의 이 세번째 트랙.
이 세번째 트랙까지 듣고 나면 포지타노에 도착하곤 했다.
그 세번째 트랙은 바로 이거, Lucio Dalla 가 부른 Caruso
Caruso는 유명한 성악가, 최고의 테너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를 이야기 한다.
그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개는 간단히 하고,
그냥 들어도 멋있는 노래라서 토니의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노래였지만
어느 날 사장님과 함께 남부로 내려가는데,
아주 짧게 사장님께서 가사를 해석해주셨다.
앞구절만 아주 간단하게 해석한건데,
그 가사는 이랬다.
Qui dove il mare luccica
E tira forte il vento
Su una vecchia terrazza
Davanti al Golfo di Surriento
Un uomo abbraccia una ragazza
Dopo che aveva pianto
Poi si schiarisce la voce
E ricomincia il canto
Te voglio bene assaje
Ma tanto tanto bene sai
È una catena ormai
Che scioglie il sangue dint' 'e 'vvene sai
그리고 사장님이 해석하시길,
"여기 바다는 반짝이고, 바라는 세게 불어오는데
이렇게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니, 소렌토 앞바다에서 한 커플이 둘이서 끌어안고 질질 짜는거지.
헤어지거나 뭐 그랬겠지.
근데 남자가 갑자기 한참 울다가 목을 가다듬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네?
노래를 들어봤더니, Te voglio bene 래.
테 볼리오 베네, 사랑한다는 거지. 이 단어는 그냥 사랑하는게 아니라, 진짜 진짜 사랑하는거야. 절절히.
그래서 다음 가사에도 나오잖아. 딴또, 많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그런데 그게 얼마나 많이냐면 내 몸에 흐르는 피가 다 녹아버릴 정도로 사랑한단다.
이런 사람을 만나야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그냥 듣기만 하던 이탈리아 노래의 가사를 듣고 나니,
괜히 나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절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뭐든 알고봐야 멋있고, 해석이 있어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가족들이 포지타노를 놀러왔을 때,
엄마한테 이 노래를 똑같이 토니 차에서 틀어줬는데,
감수성이 강한 엄마는 차 안에서 그렇게 멋진 풍경을 앞에두고 펑펑 울었다.
해석을 해주기도 전이었는데도.
그런 도시가 있다. 그냥 가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좋은 도시가 있고,
꼭 해석이 필요한 도시가 있다.
사실 이탈리아는 후자고, 파리는 전자다.
파리는 파리 감성이 있어서,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좋다.(적어도 난 그랬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이미지메이킹을 못해서, 알고봐야 멋있다.
그런 나라에서 몇년을 지내고 나니, 해석이 있으면 더 멋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우리나라가 그렇다. 첨성대도 해석을 읽고나서야 아름다워 보였으니까 말이다.
그 해석과 함께 찌르르 올라오는 감동을 느끼고 나면,
아마 누구보다도 해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거라 확신한다.
나의 카루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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