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신, 제우스는 왜 바람을 피우는가

2019. 9. 3. 05:46Pensiero in Pensiero/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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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명의 시작을 그리스의 크레타 섬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어원의 이야기를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따서 온다. 

 

제우스가 어느 날 지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단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든 여자가 있었으니, 페키니아의 딸 에우로페였다. 

그에게 반해버린 제우스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을 하다 아름다운 소로 변신해 에우로페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소를 본 에우로페는 소의 등에 올라타는데, 이 때 제우스는 그런 에우로페를 등에 싣고 크레타 섬으로 도망을 간다. 

이 신화를 에우로페의 납치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 에우로페(Europe)에서 지금의 유럽(Europa, Europe)라고 하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티치아노(Tiziano), 에우로페의 납치(Ratto di Europe) / 1560-1562

 

이런 설화 말고도, 끊임없이 이야기 속에서 제우스는 바람둥이로 묘사된다. 

 

동물로 변신해 끊임없이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제우스의 아내이자 결혼과 가정의 여신인 헤라의 질투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제우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우스는 여기저기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 욕망의 신도 아니면서 말이다. 

이러한 모든 이야기를 놓고 보면 사실 현대의 눈으로 해석했을 때,

그리스로마신화가 바람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아동을 위한 도서는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좌우지간 제우스는 도대체 왜 바람을 피우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단군의 자손이다. 대대손손 홍익인간 정신으로 만들어진 단일민족이라고 어릴 때부터 주입받았다.

그리고 이 단군이라는 사람은 누구나면,

곰이 굴 안에서 마늘 먹고 쑥 먹고 100일을 버틴 다음, 웅녀가 되어 환인의 아들인 환웅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다. 

즉 단군은 다시 말하자면 천신의 아들의 아들쯤이랄까. 

 

족보가 단순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 민족이 선택받은 민족이고, 선진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천신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 딸들이라니, 듣기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제우스가 바람둥이 인 이유도 이와 같다. 

조금만 벗어나서, 로마의 건국설화를 잠깐만 살펴보자. 

 

로마의 건국신화를 보면 로마는 군신 마르스가 레아 실비아와 만나 쌍둥이를 슬하에 두었고, 

그중 첫째 아들인 로물루스가 나라를 건국하고, 그 이름을 따서 로마라고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 군신 마르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나온 네 자식 중에 하나이다.

그러니 최고의 신의 아들의 아들이 로마를 만든 로물루스인 것이다. 

 

어째 단군의 족보와 좀 비슷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유럽 땅의 민족들도 아마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다. 우리도 쿨하고 멋진, 그리고 선택받은 민족이고 싶다는 생각. 

그러니 제우스의 족보 계열에 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우스와 헤라와의 관계에서 나온 자식들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우스가 여자를 납치하여 크레타에 가야, 그 크레타에 우월한 제우스의 피를 받은 민족이 생기는 것이고, 

제우스가 가이아의 딸인 레토와 만나서 아폴론을 낳아야 그 핏줄을 이어 역경을 이겨낸 또 다른 멋진 민족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우스가 바람둥이가 된다. 선민사상을 위한 열망의 피해자랄까. 

 

 

빛을 쐬어 알을 만들어 사람이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는 멋있고 신기하지만 가십거리로 오래 남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한 남자가 이래저래 바람피우는 이야기는 아침드라마의 주된 주제로 많이 나오지 않나. 

어쩌면 그리스로마신화를 쓴 사람들은, 정말 구전하는 사람들의 입에 달라붙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이 신화의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지 않았을까. 

 


 

덧,

문득, 유명한 노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왜 나는 너를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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