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조망하기

2021. 3. 25. 22:36Pensiero in Pensiero/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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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나이가 더 적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들이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일을 잘하고,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말이 참 듣기 싫었다.
왜 하고 싶은 걸 하면 안되는 거지? 청춘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왜 인프라를 만들어 두지 않는거지? 라는 물음이 꼬리를 물었고 그래서 당시의 나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진보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은 적어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기에 어쩌면 '라떼'행렬에 참여하게 된 건 아닐까 싶다. 

 

패배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나 해라 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하고 싶은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즘 작지만은 않은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직원을 갈아 넣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고, 빠르게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갈아치우는 회전이 더 빠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타트업을 꾸준히 다니고 싶다고 생각하고, 궁금했던 이유는 커뮤니티 룰이 감동적일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리소스(자원)를 대하는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과연 건강한가 라는 나의 포지션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회사에 변동 사항이 있다 하더라도 비지니스의 플로우는 잘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사장이든, 인턴이든 난 자리가 티가 나지 않아야 건강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대부분의 주요 고객 접점 업무가 계약직 인턴에 의해서 돌아가고, 만약 그들이 일시에 나간다면 업무가 진행이 잘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아쉽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회사 내부에 물드는 것도 좋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지난 경험에서 배우기를 회사에 물들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더 힘들어 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아니,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라기 보다는 더 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고인 물에 머무르고 싶어질 것이 두렵다. 

 

그래서 최대한 멀리서 조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뒷짐을 진다는 것이 아니다. 옵션은 차악을 선택하고, 일은 최악을 개선하며,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에 들어가서는 조금 더 멀리서 보고 싶어졌고, 그것이 아마 경계선 바로 안쪽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든지 도망가려고 그러는 건 아닐까 라고 경계하면서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두서없이 해봤다. 

사실 글쓰는 걸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 글을 쓸 겨를이 없었어서, 이런 나를 잃어간다는 사실에 조금 우울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예전의 나를 찾는 글을 써야지 고민하다 그것이 이렇게 얄팍한 감정을 조장하는 밤이 되었다. 

 

뇌가 통째로 바뀐 것만 같지만, 어딘가에는 남아있을 문과적인 감성으로 써본다. (이불 걷어차기 스킬을 생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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