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7. 21:16ㆍPensiero in Pensiero/일상
며칠 전, 술자리에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된 내용은 동양에는 여성 신이 없다고 서양에는 여성 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게 가부장적인 사회의 여부 및 정도를 결정 짓는 것 아니냐는 아주 그럴 듯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성 신을 나열해보았다.
결혼과 질투의 신 헤라,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 미의 신 아프로디테, 로마에는 화덕의 신, 대지의 신 등
여러 여성 신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때의 결혼도 가부장제를 의미했고, 화덕의 신도, 미의 신도 결과적으로는 여성성을 주입하는 신에 불과 했다. 더불어 신들 간의 권력구조를 보면 그 누구도 제우스를 뛰어 넘을 수 없고, 나의 많은 글 중 하나인 제우스는 왜 바람둥이인가를 참고하면, 결국 제우스는 모든 민족의 워너비였다.
그렇기 때문에 신이지만 실제 신으로 추앙 받는 경우는 그래봐야 아테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전부 가부장적인 사회에 일조하기 위한 설계된 존재가 아니었을까라고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존재를 아예 기록하지 않는 것과 잘못 기록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술자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30분간 고민을 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장군들은 언제나 자신의 얼굴을 조각상으로 지명으로 남기고 싶어했다. 지금이야 이해하지만 처음엔 박물관에 가면 끊임 없이 보여지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대머리 아저씨들의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
특히 아그리파... 예전에는 누군지도 모르던 사람인데 말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 시절 교통수단은 빠르지 않았고, 그래서 어떤 지역을 정복했다 하더라도 자주 가볼 수 없었다. 특히나 카이사르 같이 아주아주 먼 곳까지 정복한 경우에는 더 그랬다. 그래서 얼굴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마다 하나씩 두었고, 정복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알았으면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명을 이름으로 정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드리아가 그 예 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박물관을 가면 전 세계에서 그들의 얼굴 조각, 흉상을 볼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2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록이 되었다. 이것이 기록의 힘이다. 몇천년을 넘어서서 사람들이 그것을 기억하게 만든다. 기록이 있는 한 사람들은 그 기록을 공부한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이 누락된다는 것은 세상에 없던 사람이 된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유전자를 남겨 기록한다. 그것이 자식이다. 대를 잇는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인류는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를, 인류의 기록, 나와 닮은 유전자를 남긴다는 것에 집중했고, 여유가 된다면 단순 유전자 뿐 아니라 기록을 남기길 원했다. 예전에는 조각상이었고, 지금은 셀카를 남긴다. 게다가 그 기록이 영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잘못 기록되는 것과 기록되지 않는 것 중 어떤 것이 최악이냐를 굳이 꼽자면, 기록되지 않는 것을 최악으로, 잘못 기록 되는 것을 차악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기록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예 역사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을 의미하고, 잘못 기록 된다는 것은 제대로 기록하려는 의지도 어딘가에는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기록이 될만한 무엇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기록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보이는 존재들이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그러한 경우들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존재 지우기는 빈번하다. 그런 사회의 모습이 아쉽다. 어느 곳에서라도 기록이 되었으면, 혹은 기록을 하였으면 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록은 인간의 본능이고,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니 여러분의 생각도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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