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siero in Pensiero/여행(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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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어렵다.
-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있는데 동료가 그랬다. "믿음은 참 어려운데, 바티칸은 참 믿기 쉽게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이 말이 무엇인가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나는 바티칸을 믿음의 공간으로 이해한 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그 곳을 설명하면서 느낀 바티칸은 박물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공간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고, 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보통 본인의 경험으로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나, 어떤 상황에 공감한다.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말로 설명해서 상상하게 하는 것 보다도, 시각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와 영화에 울고 웃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현란한 효과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공감과 이해를 위한 방법으로는 이미지라..
2020.01.07 -
불꽃을 기다리다 깨달음을 얻다
- 이탈리아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할 때, 불꽃놀이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에게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마지막 날은 그저 휴일이거나, 혹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지만 조금 시끄러운 그런 하루였다. 그러나 이번해는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 남들은 매번 가는 불꽃놀이에 가기로 했다. 장소는 참 대단하게도 이천 년 전 로마인들이 전차 경기를 즐겨보던 전차 경기장, 치르코 막시모(Circo Massimo). 치르코 막시모는 크긴 하지만, 작년엔 거기서 불꽃을 보다 몇 명이 죽었다더라 라는 카더라 통신이 무섭기도 했고 불꽃이니 높이 쏘아 올릴테니 우리는 언덕에 올라가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자정 1시간 전부터 언덕에 올랐다. 그 언덕은 무려 이천 년 전 로마가 만들어진 캄피..
2020.01.02 -
최고의 신, 제우스는 왜 바람을 피우는가
유럽 문명의 시작을 그리스의 크레타 섬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어원의 이야기를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따서 온다. 제우스가 어느 날 지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단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든 여자가 있었으니, 페키니아의 딸 에우로페였다. 그에게 반해버린 제우스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을 하다 아름다운 소로 변신해 에우로페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소를 본 에우로페는 소의 등에 올라타는데, 이 때 제우스는 그런 에우로페를 등에 싣고 크레타 섬으로 도망을 간다. 이 신화를 에우로페의 납치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 에우로페(Europe)에서 지금의 유럽(Europa, Europe)라고 하는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이런 설화 말고도, 끊임없이 이야기 속에서 제우스는 바람둥이로 묘사된다. 동물로 ..
2019.09.03 -
박물관에는 왜 두상조각이 많은가.
바티칸 박물관의 끼아라몬티 박물관(museo chiaramonti)에 가보면, 참으로 의미 없이 두상만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많다. 왜 사람들은 자기 얼굴을 만드는 데 이렇게도 집착했을까.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셀카 혹은 영어로는 selfie, 셀피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서 ‘나’를 남기려고 한다. 어떤 욕망이 그렇게도 얼굴을 남기는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말인가. 심지어 그렇게 남긴 ‘나’의 얼굴이 꽤나 괜찮아 보이면 그 모습을 전시하고 사랑하게 된다. 나르시즘의 완전체가 아닐까. 그렇지만 애초에 왜 우리는 나의 모습을 남기는 것일까. 인간은 언제나 기억되기를 원한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것이 인생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목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2019.08.28 -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
어느 순간 입 밖으로 꺼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냥 라디오처럼 쏟아내는 말이지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그 순간, 머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찌르르 전율이 온다. 사람은 인생의 변곡점을 여러번 갖는다. 그리고 그 변곡점을 찍는 연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책, 예술, 여행. 즉 말하자면, 경험이다. 그것이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발전한다. 퇴보라고 생각해도 그 안에 발전이 존재한다.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면, 한 쪽 구석에 베르니니라고 하는 바로크 시대 조각가가 만든 알렉산데르 7세의 무덤이 있다. 알렉산데르 7세의 무덤에는 한 중간에 해골 하나가 모래시계를 들고 나오면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시각각 다가온다고 이야기..
2019.08.18